의학도와 의사, 그리고 대중은 엄청난 과학적 이해, 뛰어난 진단 도구,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환자들에게 폭넓게 접근하는 현대의학의 모습에 경탄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오늘날의 의학이 늘 있어 왔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어두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밝은 유성이나 되는 양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보통, 의사나 환자 모두 의사가 어떻게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지, 의술은 과거로부터 어떻게 발전하여 왔는지, 또 오늘날의 의사윤리 규정은 어떻게 마련되었는지 등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따라서 역사적인 맥락에서 그 문제들을 바라보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원저자 서문에서> "인류의 역사는 질병의 역사이다." 인류의 역사를 곰곰이 들여다 보면 위의 말이 크게 과장된 것이 아니며 오늘날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류사는 '질병의 역사'만큼이나 '질병 극복을 위한 인간의 노력의 역사'이고 바로 그 점에서 '의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요컨대 인간과 사회 그리고 질병과 의학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는 말이다. 위에서 말한 인간과 사회 그리고 질병과 의학이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는 사실, 나아가 질병과 의학은 인간 사회의 반영물이라는 사실은 이 책의 본문과 수많은 그림들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에 실린 많은 그림과 도해 그리고 문장을 통해서 의학이 단순히 의학만이 아니라는 사실, 즉 그것이 한 학문분야 이상의 것임을 독자들이 이해했으면 한다. 우리는 의학의 발전이 쉼없는 직선적 진보가 아니라는 점, 철학과 역사와 의학은 늘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는 사실, 그리고 사회와 의학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왔다는 것 등이 이 책을 통해 더욱 명료해지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한 의사가 갖는 환자와의 효과적인 관계가 그 의사 자신의 개인적 자질과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었으며, 오늘날에도 역시 그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를 기대한다. 옮긴이들의 저서와 편역서들 이외에도 의학의 역사에 관한 몇 가지 책이 이미 나와 있다. 그 책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대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으며, 그 점에서는 이 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의 단점은 독자들이 판단하기로 하고 장점만을 이야기하려 한다. 누구나 곧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책에는 그림과 사진들이 매우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어 의학의 역사를 생생하고 실감나게 음미할 수 있다. 제작상의 문제로 250여 컷이 넘는 컬러 사진과 그림들을 대부분 흑백으로 처리한 점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많은 사례들이 제시되어 있어 그다지 딱딱하다는 느낌 없이 쉽게 읽힌다는 점이 이 책의 또 한 가지 미덕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거꾸로 바로 그 점이 의사학(醫史學)이라는 학문의 깊이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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