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진료는 단순히 혈당이라는 숫자를 낮추는 기술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과 그 안에 얽힌 병태생리를 깊이 들여다보는 예술(art)입니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수많은 당뇨병 치료제와 연속혈당측정(CGM), 인공지능 (AI) 기반의 진단 도구들이 임상 현장에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임상의들이 마주하는 환자들의 모습 은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졌습니다. 똑같은 2형당뇨병이라 하더라도 어떤 환자는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이 중심에 있고, 어떤 환자는 비만 없이 인슐린 분비 부전이 선행하며, 때로는 숨겨진 내분비 질환이나 악성 종양이 고혈당의 가면을 쓰고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진료지침 개정을 통해 오랜 관행이었던 ‘메트포르민 1차 선택 원칙’에서 벗어나, 환자의 개별적 병태생리와 동반 질환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맞춤형 치료’의 시대를 선언하였습 니다. 진료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획일적인 가이드라인의 암기가 아니라, 눈앞의 환자가 가진 고유한 신호를 포착해내는 날카로운 임상적 직관과 통찰입니다.
이 책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자의 다음(多飮), 다뇨(多尿), 체중 감소라는 주소(chief complaint) 뒤에 숨 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책의 제작에 공동 저자로 참여하며 베테랑 의사의 진료 실에서 함께 환자를 보며 토론하는 듯한 깊은 지적 유희와 감동을 느꼈습니다. 학회 지침의 최신 흐름과 모바일 헬 스케어의 임상적 적용 지표들을 보완하여, 학술적 엄밀함과 실용성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정성을 보태었습니다.
이 책에 담긴 120개의 다채로운 증례들은 당뇨병을 전문으로 하는 내분비학 의사뿐만 아니라, 일차 진료 전선에 서 환자를 돌보는 개원의, 그리고 의학의 길에 첫발을 디딘 의과대학 학생들에게도 훌륭한 임상 스승이 되어줄 것 입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김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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