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릴 때인 1970년대에는 상처에서 피가 나면 갑오징어 뼈의 가루를 발랐다. 1975년 무렵에는 상처에 아까징끼를 바르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말렸다.
전라북도 무주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1991년에는 개에게 물려서 생긴 상처에 개털을 태워서 된장과 섞어 바르는 걸 봤다.
1994년 응급의학 전공의 시절에는 다리의 화상으로 응급실에 온 아이를 봤는데, 뜨거운 물에 닿는 즉시 찬물을 부었더라면 심하게 되지 않았을 상처였다. 그때는 상처 치료에 대한 지식이 보급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만 하면 상처 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정보의 대부분이 상품화된 제품에 국한되어 있다. 일반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반창고나 거즈를 이용하는 정보는 찾기 어렵다.
1980년대 필자의 고교 시절, 영화 「람보2」에서 팔의 찢어진 피부를 칡넝쿨로 꿰매는 걸 봤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키우던 닭이 고양이에게 목을 물려, 근육이 드러날 정도로 피부가 뜯겨 나갔는데,
아버지께서 실과 바늘로 꿰매신 후 상처가 잘 아무는 걸 봤다. 그 닭은 나중에 우리가 잡아먹을 때까지 잘 살았다. 이처럼 상품화된 제품이 아니더라도 상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상처를 꼭 무균적으로 소독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거즈를 붙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상처 치료의 기본 원리만 알고 있으면, 누구나 치료를 잘할 수 있다.
신경과 전문의인 필자가 상처 치료 전문이 아닌데도 이 책을 쓴 이유는, 상업화된 정보에 밀려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처 치료의 기본에 대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이다.
상품화된 제품이 아닌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치료를 하고, 적절한 응급 처치로 필자가 과거에 치료했던 어린아이가 겪은 화상과 같은 재난을 막고자 함이다.
이 책에는 그림과 사진을 많이 넣어서, 상업화된 정보에 못지않은 흥미를 유발하고자 하였다. 그림은 태블릿과 소프트웨어로 필자가 직접 그렸고, 사진은 필자의 몸에 생긴 상처들을 촬영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닐 포장지와 주방용 랩을 사용하는 드레싱법과 여러 가지 응급 처치법을 소개하였다.
상처 치료 전문가가 쓴 더 나은 책이 나오기까지, 이 책이 유용한 상처 치료 지침서로써, 자신은 물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다쳤을 때 도움이 되고, 지인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유용한 책이 되기를 바란다.
2020년 6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대표저자 한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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